2016년 6월 14일.
이틀 째 오픈을 담당하고 있다.
쉬는 시간은 식사 시간 1시간뿐이고, 그마저도 호출이 오면 눈치가 보여 나가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하던 일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걸어야 해서 싫었는데
돌이켜보니 그쪽은 그래도 인간적으로 쉴 수 있게 배려도 해주었다.
날 많이 아껴주는 사람들이었다.
이쪽은 흡연자들 사이에서 이사람들이 담배를 필 때 나도 그때나 쉬어야 하고,
누군가 내 앞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면 숨을 참고 앞질러가는 내가
그 옆에 앉아서 바람을 타고 내 쪽으로 날아오는 담뱃재가 옷에 묻는 것을 지켜보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려고 장갑으로 슥슥 문질러 털어낸다.
늘 담배 연기는 냅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내울 줄이야.
나는 담배를 하지 않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중독돼서 담배를 피는 것인지 담배를 피고 나면 그들 말처럼 정말로 "심신이 안정된다"는 느낌이 있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만.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무작정 그만두면 그날 벌 수 있는 돈을 벌지 못하게 된다는 것과
안 그래도 인력이 빠져서 더욱 사람이 부족해진 이 상황에 나까지 나가버리면 남은 사람들이 너무 힘들까 걱정도 되고.
내 코가 석자이니 남의 사정 봐줄 필요가 없는데,
내가 초과근무를 한다고 해서 그것이 수당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무급일 뿐인데.
나는 유학을 가기 위해서 돈을 벌러 온 거지, 이곳에서 승진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건 아닌데.
왜 마음이 물러졌을까.
솔직히, 14일은 공부를 하지 않고 잠들어 버렸다.
퇴근하고 샤워하고 식사를 하고 나니 엄청난 피로감이 몰려와서 잠이 들었고,
깨어보니 12시가 되었지만 15일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일거리가 쏟아진다고 하여 그냥 쭉 자기로 했다.
13일과 같은 의지가 있었다면 벌떡 일어나서 2시까지 공부를 하다가 잘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어제는 정말로 쓰러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잠을 잔 게 크게 후회스럽지는 않다.
가끔 누나를 보고 나면 힘이 솟는 것 같다.
누나를 보지 못하는 날이면 많이 지치는 것 같다.
마음부터가 달라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