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国語

악마를 눌러야 한다. 2017년 9월 12일.

H、 2017. 9. 12. 14:38


오늘은 실언을 했다.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친한 친구 사이에나 받아줄 수 있는 농담을 잘못 꺼냈다.

당연히 받아주지 않았다.


말을 조심해야겠다. 잠을 줄이고,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린다. 근데 결과는 생각보다는 좋지 않다.

단순히 외워내는 것은 성적이 좋은데, 이해를 한 뒤에 아웃풋을 해야 하는 건 너무 안 풀린다.

특히 영어 문법... 다른 사람들은 조금만 설명 들어도 이해하고 응용해먹는데 나는 미리 몇번이고 책을 읽고서 연습했는데도,

아웃풋이 안된다. 복습을 안한 것도 아니고 복습을 하고 과제를 했는데도 모르겠다.


외워서 써먹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정말 난처하다.

영어를 시작한지 두 달밖에 안된 게 사실이지만 시간은 없고 마음은 급하고, 실력이 붙는 느낌이 안 든다.

매일 시험,시험,시험... 시험의 압박속에서 간신히 견뎌내고 있는 것 같다.


진지하게 명상을 고려해봐야겠다. 나는 자신이 없을 때는 한없이 사람이 작아지는 게 느껴진다.

목소리도 행동도...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건 이제 별로 부끄럽지 않은데. 틀린다는 게 무섭다.

점수를 받아야 하는 거니까 틀리면 안되니까 무서운 것 같다. 극복하는 건 내가 납득할 수 있을만큼 맞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


부끄럽고 쑥스럽다.

지하철에서 옆에 영어로 이야기하는 영미권 사람들이 탔는데 한마디도 걸 수 없었다.

일본어와는 다르게 내 스스로도 느껴지는 좋지 않은 영어 발음과, 완성은 커녕 제로에 가까운 수많은 문법에 얽매이는 것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구조분석이라는 걸 요즘 들어서 처음 배운 거라 그런지 그걸 몸에 익히느라 힘들다.

읽을 때 억지로 어디서 어디까지가 주어가 동사고, 삽입절이 뭐가 있고 나눠가면서 읽는 건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은데...

그렇게 해도 내가 이해하는 것과 의역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건 많이 다른 것 같다.


의역해서 말을 못하겠다. 그동안 언어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수업 시간에 어떤 선생님이 그랬다.

"자기 안의 악마를 눌러야 한다"고. 수업 시간에 시키는 것 하기 싫어져서 안하게 되면, 어떠한 이유로 핑계를 대기 시작해서 나중엔 예습조차 하지 않게 되고, 결국 TOEFL 포기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였다.


사실 이 반의 수업을 들으면서 평가받는 과목의 성적은 상위권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결코 그걸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는 못하겠다.

그냥 앵무새처럼 선생님의 생각을 따라가서 그걸 반복할 뿐이다. 한마디로 놓칠새라 노트에 적을 뿐이고 그걸 외워서 시험을 볼 뿐이다.

이게 내 실력이 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깊은 자괴감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선생님이 말한 "내 안의 악마"일지도 모르겠다. 당장이라도 숙제고 뭐고 때려치고 쉬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다른 과목 공부를 하고 싶은데 오로지 영어에만 올인하는 주제에 왜 해내질 못하냐며 자신을 괴롭힌다.

일부러 숙제하는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본 적도 있는데 나는 3시간을 해서 문법 숙제를 겨우겨우 해냈는데, 다른 사람은 1시간 정도면 한다고 한다. 


수준에 맞지 않는 걸 오직 내 의지로 따라가려고 노력하다보니 나는 모방하는 수준밖에 안된다.


원어민을 모방하고, 그걸 완벽한 한국어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일본어를 공부할 때는 엄청 재밌었는데

지금은 영어 공부를 즐겁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지 않고, 자기주도적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는 공부가 돼버려서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가끔 한국어로 옮기면 어떤 말이 적당할 것이라고 확신이 들지 않는 표현도

원어 그대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쉬울 때가 있는데.. 모든 말을 한국어로 의역하길 바라니까 너무 힘들다.



아니다. 모든 문제는 내가 영어를 너무 오랫동안 안한 채로 방치 해왔고 남들은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본 걸 난 들어보지 못했을 뿐이고

그래서 내가 이해하려고 애쓰는 동안 남들은 복습하는 개념으로 익히고, 바로 응용에 도전할 수 있는 걸지도 모른다.


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는데 공부에만 파고 들 때는 성격이 방어적으로 변하게 된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딱 집중해서 하더라도 안되더라.

문맥상으로 알고 있는 걸 하나하나 대명사 they는 그것들인지, 그들인지 그것들이면 그것은 뭘 말하는 건지 하나하나 단어 선택 하는 것조차 신경써서 말하지 않으면 해석이 틀렸다며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날카로운 지적이 날아온다. 아는 걸 틀리면 분하고 부끄럽지만 모르는 거라 애초에 그런 생각을 안하려고 하는데 사소한 디테일마저 지적을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언어는 1:1로 완전하게 번역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내가 설명할 때는 그런 부분에서는 중대한 오류가 아니면 지적하지 않아야겠다. 자꾸 틀리는 걸 혼나듯이 배우면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그걸 까먹진 않을 수 있겠지만 모르는 부분은 계속해서 나올 수밖에 없는데, 자신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심하면 수업 자체를 포기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그 언어 배우기를 포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았는지 틀렸는지 신경쓰지 않고 마구마구 써갈기니까 속이 후련하다.

악마가 조금은 눌러진 것 같다. 근데 또 tense를 복습하고, 구조분석을 할 생각을 하니 막막하다.

어떻게든 해내긴 하지만...복습을 이상하게 하는 것 같다.